벌써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Author
한길지기
Date
2017-12-11 10:15
Views
302
연말이 되면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2017년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금년도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입니다.” “금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들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저도 나이가 먹었다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른들이 “하루는 긴데 일 년은 짧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사는 게 고되어서 언제 지나가나 싶게 하루하루를 보내도 돌아보면 쏜 살같이 흘러간 세월을 봅니다.

세월이 빠름을 느끼려면 자기를 보지 말고 다른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이 먹는 것은 보이는 데 자기가 나이 먹는 것은 잘 안보이니까요. 제가 엘에이에 온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달라진 게 없이 세월이 빨리 흘렀다고 생각하지만 꽤 긴 세월이었다고 느껴질 때는 다른 분들을 볼 때입니다. “내가 처음 엘에이에 왔을 때 저 장로님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였네.” “내가 처음 엘에이에 왔을 때만해도 저 권사님이 60대였잖아? 젊으셨었네.” “그 때는 저 집사님이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진짜 팔팔했겠네.” 8년은 그렇게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은 긴 시간입니다. 강산이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새로 만난 분들도 계시고, 곁을 떠난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엘에이에 와서 집례한 장례식만 30번이 넘고, 타주로 이사를 가시거나 교회를 옮기신 분들도 참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떠남과 만남에 늘 아쉬움이 있습니다. 세월이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데 조금 더 정을 나누고 조금 더 시간을 함께 보낼 걸 하는 아쉬움입니다.
당장은 그 감정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한 10년 만 지나도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도 없고, 없으면 안 될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도 없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결국에는 아쉬움만 남은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상투적인 말도 Carpe Diem!(주어진 날을 잡으라!)는 말도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입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금년에는 유독 좀 더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깊습니다. 사역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는데 사람에 대한 아쉬움은 많습니다. 목회는 사역이 아닌 사람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이 이론이 아닌 현장의 경험으로 느껴질 만큼 아쉽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인지(어르신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연말의 센티멘트인지, 삶과 사역의 현장에서 느끼는 후회와 외로움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떠나간 사람들도 그립고, 떠나온 곳도 그리운 요즘입니다. 쏜 살 같고, 유수 같은 세월에 남는 것은 사람뿐이라면 2018년에는 만남과 나눔이 좀 더 풍성해지기는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