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모이는 “은혜”

요즘 디트리히 본회퍼 (Diettich Bonhoeffer) 목사님의 글을 다시 읽게 됩니다. 본회퍼는 전쟁 중에 신앙의 본질과 공동체의 가치를 고민했던 신학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팬데믹이라는 다른 모양의 전쟁 가운데 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본회퍼는 그리스도인이 영적으로 연결된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신체적으로 모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꼭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공동 재난 때문이 아닐지라도… 지금도 질병과 싸우는 자들,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는 노인 분들, 휴일도 없이 일터에 묶인 이들, 신앙의 자유가 없는 나라 국민 등은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드릴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중국의 현지 지도자들과 영상 통화를 하였습니다. 작년 말에 종교 탄압으로 우리 협력 선교사가 공안에 잡혀간 이후로 8개월 만에 연결이 되어 잠시나마 얼굴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얼굴은 은혜로 밝았고, 흔들림 없이 사역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역을 하다 다시 어려움을 겪으면 어떻게 하려 하느냐… 라는 질문에 목사님은 “기독교 역사상 박해 없는 부흥이 있었습니까? 여기서 밥 먹나, 그곳에서 밥 먹나 똑같던데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여유와 평강이 놀라웠습니다. 중국의 교회들은 이전보다 더 “작게” 부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도자 가정 중심으로 25명 이하로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수가 넘으면 지도자를 또 세워 다른 교회를 개척시키고 있습니다. 이젠 이전보다 더 목회 지도자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교회로 모일 수 있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한 주 한 주 모여서 공동 찬송, 공동 기도, 공동 성찬, 공동 고백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은혜 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각 부서로 모여서 VBS를 하고, 수련회로 웃고 떠들며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주신 건강, 동역자, 목회자, 모든 시스템, 인터넷 기술, 안식할 수 있는 여건, 무엇보다 주일을 지키는 믿음…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 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번 주 부터 교회를 전면 재개하였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서도 아니고, 절대 안전한 요건을 마련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릴 수 있는 질병과 함께 적응하며 살아가는 의미에서의 정상화라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지금과 같이 정성을 다해서 인터넷 예배를 송출 할 것입니다. 델타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는 이 때에 몸이 약하시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조심해야 하는 분들은 댁에서 인터넷 예배로 참여해 주시되, 공동체로 모이기를 사모해 주시고, 현장과 같은 마음으로 예배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본회퍼는 공동체란 너와 내가 직접 만나는 사건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는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를 만나는 사건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서로만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먼저 신적으로 만나고, 그 은혜 안에서 우리는 형제자매로 만나게 됩니다. 공동체로 만나는 모든 모임 마다 삼위 하나님의 평강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