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존경하고 사랑하는 오랜 벗인 친구 목사님께서 힘든 시간들을 보낼 때였습니다. 목사님께서 섬기시던 사역들을 모두 내려놓고 제주도에서 외롭고 힘겨운 시간들을 보낼 때에 함께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인내와 연단의 시간들을 보내며, 친구 목사님은 마치 자신이 유배지에 던져진 것 같은 기간들을 보내고 있노라고 상념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김정희의 <세한도>를 언급하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입니다. 아무도 돌아보는 이 없는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낼 때, 자신을 잊지 않고 사제간의 의리를 지키며 북경으로부터 귀중한 서적들을 구해 준 제자 이상적(1804~1865)의 인품과 신의에 감사하며 답례로 그려 준 그림이 <세한도>입니다.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
친구 목사님은 <세한도>를 보며, 김정희에게 이상적이 큰 위로와 힘이 되었듯이, 인내의 시간들을 쓰러지지 않도록 함께 하며 곁을 내어 준 소중한 지기들을 생각했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일으켜 줄 수 없는 마음의 상심을 붙드시고 회복시키시는 분은 결국 하나님 한 분 뿐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신앙(信仰) 생활은 어렵습니다. 신앙은, 매일 매일을 하나님을 의지하고 인내해야 하는 것이기에 어렵습니다. 비록 환경과 상황을 보면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길에서 날마다 신앙하며 살아가는 성도에게 하나님께서 소망으로 찾아오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기도하고 낙심치 말아야 할 것을 말씀하시며, 추운 한 겨울을 지나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가는 성도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리라…” (창 28:15) 변함없이 시들지 않는 소나무처럼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