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3편
1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2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3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팬데믹이 몰고 온 급속한 변화 중의 하나는 ‘관계의 고립’입니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현대인들에게 빠르게 전염되는 새로운 역병입니다. 올해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이 발표한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에서 최대 69% 가량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외에 심장병 위험은 29%, 뇌졸증 위험도 32% 더 키우고, 바이러스 감염에도 취약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건강에 있어서 매일 담배 15개비를 폈을 때와 비슷한 악영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외로움’을 새로운 사회적 질병, 전염병으로 진단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문제이고, 가까운 우리의 이웃들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외롭지 않으십니까? 고립되어 있지 않습니까? 성도님들에게 안부 전화를 드릴 때, 가끔은 제가 드리는 전화가 하루 중에 첫 통화이고, 유일한 통화인 경우가 있습니다. 어르신들 만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나그네로, 이주민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어지간히 자리를 잡고 살아가더라도 바닥이 푸욱 꺼진 것 같은 텅 빈 공허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 것이 우리들 모습입니다. 관계에 있어서 안정감 있게, 넓고 깊게 좋은 관계들을 맺고 ‘벗’을 삼고 살아가고 싶지만, 친밀한 관계성을 누리는 사람들은 손꼽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상처받고, 상처주는 일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이제는 관계 자체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성경이 말씀하는 성도들의 공동체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기를 보십시오. “보라!” 시편기자는 “형제가 함께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 이것을 “보라!” 회중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지금 시편 기자가 바라보고 있는 ‘형제의 연합’은 정한 절기에 예루살렘을 향하여 순례의 길에 오르고 있는 순례자들의 공동체입니다. 성소를 바라보며 하나가 되어 함께 예배자로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례자들의 하나 됨 안에는 제사장의 ‘머리에 붓는 보배로운 기름’처럼 하나님의 임재가 흘러 넘칩니다. ‘헐몬 산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이 아름다운 연합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모하는 선하고 아름다운 순례 공동체, 교회의 모습이 바로 이것입니다.
성령의 임재 안에서 같은 주를 고백하는 형제와 자매의 선하고 아름다운 연합 안에는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흘러 넘칩니다. 인생들의 교만과 죄악에 길들여진 불신과 다툼과 욕망이 마음의 찌꺼기처럼 남아서 마라의 쓴 물처럼, 쓴 것을 품어내는 부정함이 없습니다. 주의 임재 안에서 서로를 용납하고, 사랑하며 서로의 짐을 나눠지는 기쁨과 즐거움이 서로에게 확산됩니다. 교회는 하나됨을 이루어야 합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함께 거하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살과 피를 함께 나눈 형제와 자매로 서로 하나가 됩니다. 나뉠 수 없습니다.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 할 수 없습니다.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 하지 못합니다. 모두 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와 같은 한 몸 공동체, 영적 가족 공동체가 함께 바라 보는 곳이 있습니다. 함께 이를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순례자들이 바라보는 곳, 함께 이를 곳은 거룩한 시온 성, 새 예루살렘입니다. 주의 임재 가득한 그곳에서 주와 함께 영원토록 거하며 영생의 복락과 기쁨을 누리게 될 그 곳…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교회는 우리가 영원토록 주의 나라에서 누리게 될 그 영생의 기쁨과 영광을 이 땅에서 미리 맛보고, 더욱 사모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나라를 그림자처럼 보여주는 모형입니다. 그러므로 이 땅의 교회는 불완전 할 수 있습니다. 영적 가족이라 하지만 서로에게 실망하고, 때로는 상처 입은 그 마음 가지고 서로를 밀쳐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를 하나님의 나라, 그 나라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주와 함께 영생의 기쁨 누리며 영원토록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 함께 연합하여 동거하게 될 것입니다. 그 본향에 이르기까지 선하고 아름다운 순례 공동체, 영적 가족 공동체를 함께 세워 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