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전 세계의 관심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의 철수와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의 카불 입성이었습니다. 탈레반은 파슈토어로 “학생”을 뜻하는 의미로 199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지원을 받아 시작된 수니파 이슬람 강경 무장 세력입니다. 탈레반 체제 하에서 남성들은 모두 수염을 기르고, 여성은 몸 전체를 덮는 부르카를 입어야 합니다. 탈레반은 서구 문화인 음악과 영화 시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10세 이상의 소녀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들은 이것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탈레반에는 현재 최대 8만5000명의 정규직 군인이 있다고 합니다.
2001년 9.11 테러의 배후로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지목되었고, 2001년 10월 7일 아프간을 향한 공습이 개시된 지 두 달 만에 탈레반 정권은 붕괴됩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현재 미군은 아프간에서 전면 철수하였고, 이미 주변 광범위한 도시를 점령한 탈레반 반군들은 지난 15일 카불의 대통령궁에 무혈 입성한 뒤 “전쟁은 끝났다”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국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있는 아프가니스탄. 기원전 3세기부터 알렉산더대왕, 12세기 징기스칸, 19세기 대영제국, 20세기 소련에 이르기까지 이 땅은 제국의 무덤이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미국과의 전쟁은 후대에 어떻게 평가되어 기록될지 궁금합니다.
한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군과 동맹군은 약 3500명이 전사하였고, 아프간군 약 6만 6천명, 탈레반 반정부군 약 5만 1천명, 아프간 민간인의 희생은 약 4만 7천명이라 합니다[연합뉴스]. 엄청난 재원과 생명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지켜지지 않는 자유의 가치를 생각해볼 때,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결코 공짜가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 일의 배후에 작동했을 정치, 경제, 외교, 자원, 복잡한 국제정세 등… 얽히고설킨 문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이 균형 있게 다뤄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다만, 저는 목회자요, 신학자로서 이 일을 통해 다시금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생각합니다. 주님께서는 자유와 평화를 주기 위하여, 십자가로 가셨습니다. 십자가는 자기희생과 섬김, 용서와 용납의 길이었습니다. 20년 전 아프간 전쟁의 개전 작전명이 [항구적 자유]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항구적이고 참된 자유와 평화는 총과 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한 사람의 선교사를 세우고, 눈물과 기도로 파송하여, 그 땅에서 그리스도의 섬김과 복음의 밀알이 될 때 주님께서 이루신 다는 것을…
12년 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사로 파송 받아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던 가정이 피신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오기 보단 터키로 피신하여 아프간 난민 사역을 지속한다고 하십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종들의 헌신을 통하여 복음에 의한 [항구적 자유]가 아프간 땅에 이루어질 줄 믿고 기도합니다. 아울러, 자유와 생명을 위해 피난길에 오른 삼백만의 난민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기도하게 됩니다. 성도님들도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