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한길교회의 소명을 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생각들은 글로 정리될 때 우리의 자산이 됩니다. 저는 이번 칼럼의 시리즈를 통해서 한길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여러분과 공유하길 원합니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우리 교회의 소명은 성경적인 직분론의 실행과 전파입니다. 직분은 순차적으로 올라가는 계급도 아니고, 신앙의 연륜을 인정해주는 명예도 아닙니다. 교회 안에 있는 목사, 장로, 집사, 권사의 직분은 각 개인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교회의 장로는 목양과 가르침, 다스림의 은사가 있는 자가 감당하는 직분이고, 집사는 교회의 재정과 구제 및 여러 성도들을 돌보고 섬기는 직분입니다. 교회 안의 모든 직분은(목사 포함) 질서의 개념이지, 높고 낮음의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가 속한 노회는 PCA 서남 노회입니다. 우리 노회는 지난 총회로부터 내규수정 지시받았는데, 지적을 받은 노회 내규는 “장로후보는 안수집사에 한한다.” 였습니다. 총회는 이 규정은 성경적이지도 않고, 교단의 방향성과도 다른 내용이기에 헌법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노회는 이 규정을 삭제하였습니다. 저는 우리교회가 가는 길이 맞다고 확인 받은 것 같아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저는 집사의 직분을 생각할 때마다 성경의 스데반 집사님을 생각합니다. 성경의 최초의 순교자, 사도행전 7장에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한 자, 바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 스데반.. 그는 교회에서 집사로 직분을 받아 재정과 구제를 담당했던 자입니다. 그의 영적 탁월성과 복음의 깊이는 성경 인물 중에서도 으뜸입니다.
우리교회는 이 성경적인 직분론을 일찍이 정리하여 힘겹게 적용해 나간 지 10년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장로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힘을 자발적으로 분산하고, 직분의 계급화를 막으며, 친목 단체로서의 집사회가 아닌, 일하는 집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왔습니다.
우리교회 한 은퇴 장로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을 저는 늘 기억합니다. “목사님, 집사로 은퇴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지극히 명예롭고 존귀한 일입니다. 이것을 성도들에게 교육해주십시오.” 저는 그 분의 권면을 통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듯 했습니다. 장로는 감독과 목양의 일을, 집사는 재정과 구제의 일을, 권사는 권면의 기도와 섬김의 일을… 어떻게 보면 한국 교회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조금씩 개혁하며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일을 통해 한국교회에 팽배해 있는 계급주의, 직분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성경적인 직분론의 정착과 실행이 우리교회의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더 나아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한국 교회에 보여주고 전파하는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도”라는 말할 수없는 영광의 직분을 이미 받은 자들입니다. 마지막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때는 모든 것을 다 벗어버리고, 오직 성도의 직분 하나로 그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 날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사역적 직분을 은사에 따라 충실히 감당하는 우리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